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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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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부제 서양 건축과의 차이를 통해 보다
저자명 이상헌
역자명 -
출판사 미메시스
쪽수·판형 512쪽 · 138*217mm
발행일 2017-11-15
ISBN 9791155351161
판매가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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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건축, 어떻게 이론화할 것인가

전작『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를 통해 한국 건축의 현실을 비판하고 전통의 이론화에 대해 화두를 던졌던 건축학자 이상헌. 그가 이번에는 <한국 건축의 정체성>에 대해 작정하고 말문을 열었다. 오래전부터 그는 한국의 현대 건축이 서양에서 발전돼 이식된 것이므로 건축을 제대로 하려면 서양 건축의 실체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서양 건축에 대한 이해가 쌓일 때마다 한국 건축과의 차이에 습관적으로 관심을 가졌고, 그에 관한 직관적 단상이 떠오를 때마다 틈틈이 메모를 하곤 했다. 이 책은 그것을 토대로 발전하였다. 언어화되지 않았던 한국 전통 건축의 원리를 현대에 소통 가능한 언어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현대 건축을 지배하는 서양 건축의 언어와 개념을 통해 비교론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한국 건축과 서양 건축의 패러다임의 차이라는 주제와 연결된다. 이 책은 그 차이를 통해 한국 건축의 전통을 이론화하여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드러내 보고자 한 프로젝트다. 이상헌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건축의 우수성을 현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리와 규범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건축과 서양 건축의 형식적 유사성을 피상적으로 비교하는 것으로는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밝힐 수 없다. 또 한계에 도달한 서양 건축이 동양 건축에서 해답을 찾은 것처럼 단순히 말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고 덧붙인다. 한국 건축의 고유한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축의 인식 체계와 경험의 방식, 구축의 원리에서 한국과 서양의 근본적인 차이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 차이야말로 전통 건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 이론적 공간을 열어 준다. 즉, 서양 건축과 한국 건축의 패러다임의 차이를 통해 전통 건축이 담고 있는 원리와 지혜를 현대 건축에서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일상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이상헌이 주장하는 <전통의 현대적 번역>이다. 그는 한국 건축과 서양 건축의 차이를 통해, 잠재되어 있지만 언어화되지 않은 한국 건축의 고유한 원리를 현대에 소통 가능한 언어로 설명함으로써 전통을 이론화하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한국의 건축학,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 건축의 정체성』은 건축의 개념, 건축물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방식, 주체의 위치, 공간에 대한 개념, 안과 밖의 인식 체계, 경계에 대한 인식, 개별 공간의 분화 과정에서 개체와 전체의 관계, 건축과 자연의 관계, 건축을 통한 상징의 표현이라는 9개의 범주에서 다양한 소주제를 정하고 각각 이론적 설명과 구체적 사례를 통해 한국 건축과 서양 건축의 차이들을 서술한다. 구체적으로 <제1장 건축의 개념>은 서양에서는 건축물이 미적 지각의 대상이지만, 한국에서는 일종의 득도의 도구이며 왜 한국에서 건축이 독립적 학문으로 발전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한다. <제2장 인식과 경험>에서는 서양 건축은 주로 시각에 의존하지만 한국 건축은  오감과 몸의 감각을 통하며 이것이 휴먼 스케일과 같은 한국 건축의 특징으로 나타남을 설명한다. <제3장 인간의 위상>에서는 서양 건축은 경험 주체와 시각적 거리를 갖는 대상이지만 한국 건축에서 경험 주체의 위치는 건물의 안과 밖, 또는 여러 곳에 동시에 있음을 설명한다. 이러한 특성은 한국의 건축 그림과 외부 공간 중심의 건축에 반영되어 있다. <제4장 공간의 개념>은 서양에서는 닫힌 볼륨의 성격이 강하지만 한국에서는 유동적이고 발생적인 시공간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설명한다. 이러한 공간 개념의 차이는 한국의 그림과 서양 회화가 표상하는 공간에서도 잘 나타난다. <제5장 안과 밖>, <제6장 경계>에 대한 인식도 한국 건축과 서양 건축이 매우 다르며 처마, 마루, 마당, 창문, 담과 같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관찰할 수 있는 건축 요소들을 통해 쉽게 설명된다. <제7장 개체와 집합>은 단위 공간이 확장되는 방식에서 한국 건축과 서양 건축의 근본적 차이를 논하고 그것이 가져온 건축과 도시의 특성을 설명한다. <제8장 건축과 자연>에선 자연에 대한 인식, 건축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사고 차이가 건물의 배치와 정원 방식을 통해 설명된다. <제9장 상징과 소통>에서는 한국 건축과 서양 건축이 건축물을 통해 기념성을 추구하고,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에서 근본적으로 다름을 다양한 주제를 통해 설명한다. 서양 건축은 형태적으로 건축의 성격을 표현하지만 한국 건축은 건축물 자체를 인격화하고 현판을 통해 소통했다. 이 밖에도 한국 건축과 서양 건축의 차이를 목차의 소주제에 정리된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서술한다. 저자 이상헌이 이렇게 다양한 범주에서 한국 건축과 서양 건축을 비교해 가며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전승되는 한국 건축의 전통을 자의식적으로 이론화하는, 즉 <전통의 이론화>이다. 즉 잠재하는 것의 구체화로, 전통 건축에 대한 주관적 감상이나 비평이 아니라 언어화되지 않은 전통 건축의 지혜와 원리에 관해 해석이다. 그는 우리의 자연 풍토와 역사에서 자란 한국 건축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경험할 수 있도록 서양 건축의 개념에 가려진 감각을 깨워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국 건축의 장점과 지혜를 현대적으로 계승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건축가들에게 유용하게 이용될 거라 기대된다. 서양 건축과의 차이로 드러나는 한국 건축의 정체성은 우리가 지금 어떻게 건축을 해야 할지에 대한 좌표를 설정해 주고, 개별 프로젝트에서 건축가들의 상상력을 통한 창조적 디자인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전통 건축은 해석돼야 할 텍스트다. 우리 선조들이 집을 지을 때 활용했던 많은 지혜가 있지만 그것이 언어화되거나 문법으로 체계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한국의 전통 건축은 문자로 표현되는 사상 체계나 이론은 아니지만 집단적 지혜를 담고 있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해석학의 관점에 의하면 텍스트의 번역은 작품이 만들어진 당시의 역사적 맥락에 근거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의 관점(지평)을 벗어날 수 없다. ─ <한국의 건축학, 어떻게 할 것인가> 중에서


실제로 한국의 건축은 수많은 몸각 장치로 구성된다. 종묘의 월대나 경복궁의 바닥에 거친 박석을 깔아 놓은 것은 돌을 다듬을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거친 바닥의 돌은 일부러 몸을 굽히게 만든다. 거친 돌바닥을 걸으면서 몸가짐을 조심할 수밖에 없고, 제례를 서두르지 않으며 신중히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서원의 계단이나 바닥들도 모두 그런 장치다. 대문의 문지방이 높아서 넘어 다니다시피 해야 하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게 아니라 발을 들어 조심하도록 하려는 생각이다. 문도 의도적으로 머리를 숙여야 드나들 수 있도록 낮게 만든다. 몸의 움직임을 통해 존경이나 겸손을 느끼도록 몸의 각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옥의 기단이나 마루의 높이, 담과 벽의 위치와 높이도 모두 몸의 움직임에 대응하도록 고려되었다. 모두 몸각과 반응하는 건축적 장치들이다. 한국 건축은 가히 몸의 건축이라 할 만하다. ─ <시각과 몸각> 중에서


한국의 건축은 내부에서 바라보는 천장보다 지붕이 상징성을 갖는다. 대한민국 국회 의사당은 근대 이후 한국에서 지은 가장 상징적인 공공 건축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의 전통을 반영하는

건축으로 설계되었는데 지붕에는 서양 건축의 돔을 모방해서 올렸다. 하지만 국회 의사당 돔은 하늘을 상징하는 내부 공간이 없이 밖에서 보이는 지붕으로만 표현되었다. 서양 돔의 한국식 수용인 셈이다. ─ <기둥의 상징성 대 지붕의 상징성> 중에서


서양 건축은 솔리드한 매스가 공간을 담고 있지만 한국 건축은 마당과 건물의 집합으로 공간을 생성한다. 그래서 서양 건축은 건물이 중심이지만 한국 건축은 건물이 둘러싸는 마당이 중심이다. 한국 건축은 중심이 비어 있고 건물은 배경이 된다. 마당과 건물이 이루는 공간의 켜는 동아시아 건축의 원형이다. ─ <중심으로서의 마당> 중에서


한국 건축은 서양 건축과 달리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문간, 마당, 처마, 방, 대청은 모두 모호한 경계를 갖는 공간이다. 또 한국 건축의 특징인 가변적 벽은 유동적인 경계를 만든다. 이러한 경계의 모호함은 공간의 중첩과 상호 관입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한국 건축은 안인 듯하면서 밖이 되고, 밖이면서도 안이 되는 공간이 많다. 안과 밖, 안과 안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서로 관입되기 때문에 내외부 공간의 켜들이 중첩되면서 입체적 조망을 구성한다. 이것은 안과 밖의 명확한 경계를 갖는 서양 건축과는 다른 한국 건축만의 독특한 공간 경험이다. ─ <경계의 모호성> 중에서


서양 건축은 벽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벽은 내부를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둘러싸인 공간을 만든다. 서양에서 <거주한다>는 말은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 산다는 의미다. 벽을 기준으로 안과 밖, 이쪽과 저쪽의 위계도 생긴다. 그래서 벽은 벗어나야 할 장벽이기도 했다. 한국 건축은 벽을 만드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칸>이라는 개방된 공간의 구조(골격)를 먼저 만들고 나서 필요한 부분을 막으면서 집이 지어진다. 막는 방법도 다양하고 개방형 문을 설치하여 막히거나 열리는 공간의 변화도 많다. ─ <벽과 담의 차이> 중에서



차례

머리말

1 건축의 개념

아키텍처와 영조의 차이

학문적 지식 대 경험적 지혜

일원론 대 이원론

예술적 오브제 대 생활의 도구(장치)

미적 체험의 차이: 시각적 즐거움 대 심미적 인식

건축과 음악

한국의 건축학, 어떻게 할 것인가


2 인식과 경험

형태와 물질

시각과 몸각

빛과 햇빛의 차이

휴먼 스케일

밧줄과 삶의 기하학

땅과 하늘

수평의 집 대 수직의 건축

기둥의 상징성 대 지붕의 상징성

벽의 건축과 바닥의 건축

온돌과 벽난로

주소의 체계

빛과 그늘


3 인간의 위상

경험 주체의 위치

한국 건축의 입면

건축과 그림의 관계

중심적 주체 대 유동적 주체

픽처레스크와 장면의 시퀀스

원경, 중경, 근경

스펙터클과 미로의 건축

한국 건축과 현대 건축의 언캐니

한국 건축에는 인간이 없다


4 공간의 개념

동서양 공간 개념의 차이

우주 공간과 건축 공간

사이트와 터

지도의 공간

포셰와 칸

중심으로서의 마당

보이드 대 여백

유화와 수묵화의 공간


5 안과 밖

안과 밖의 구분

안과 밖의 중첩

도시의 외부 공간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

인테리어

마당과 중정의 차이

마당과 마루

문살과 창호지

정자와 셸터

차경과 픽처 프레임

윈도우와 창문


6 경계

경계의 모호성

경계와 영역

경계의 성격: 음양과 게슈탈트의 차이

공간의 상호 관입과 투명성

문지방과 스레숄드

경계 요소와 경계 공간

처마 대 이브

툇마루와 복도의 차이

마루와 거실의 차이

벽과 담의 차이

사찰의 산문


7 개체와 집합

건축 공간의 분화

부분과 전체

알파벳과 한자

룸과 방

룸과 칸의 유사성과 차이

구성과 직조: 한국의 건축에는 구성이 없다

바둑과 체스의 차이

타입 대 프로세스: 타입의 역설

대칭과 비대칭

건축의 정면성: 장변 대 단변

켜 대 깊이

시각의 축과 마음의 축

건축과 도시의 관계


8 건축과 자연

자연 개념의 차이

한국 건축과 자연의 관계

베르사유궁과 창덕궁

한국의 전통 산사

이상적 질서와 자연

자연에 순응하는 자연미

한국 건축의 지붕 선

경관과 풍경, 조경과 정원

한중일 정원의 차이

자연의 모방

형태 미학 대 생태 미학

헤테로토피아와 디스토피아


9 상징과 소통

모뉴먼트와 배경

약한 건축과 기념비

영원성과 순환성

시각적 상징 대 시간적 상징

적합성과 예

성격과 현판

맺음말


이상헌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MIT 건축과에서 역사이론비평 분야의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과 한국의 건축사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일건, 정림건축 등에서 실무를 했다. 현재는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건축 설계와 역사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근현대 건축 및 도시의 역사와 이론을 연구하면서 한국 현실에 맞는 실천적 건축 이론을 꾸준히 모색 중이다. 저서로는 『문화 도시 어떻게 만들 것인가』(공저), 『철 건축과 근대 건축 이론의 발전』,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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